싫어하는 것들을 닮아간다.

Random Thoughts | 2012/01/26 11:02 | 얌전한 칸쵸

#1.

흔하게 듣는 이야기지만,
부모님의 지독히 싫은 점을 똑같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쓴웃음을 짓게 되는 일이 있다.
특히 딸은 엄마에게, 아들은 아빠에게 그런 점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러하다.
심지어 학창시절 가난한 집안 형편이 지긋지긋해서 아빠는 인격적으로 참 훌륭하시지만 경제적으로는 무능하다고 되뇌며, 난 절대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로서는,
결혼까지 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 한심하다는 생각만 자꾸 하곤 한다.


#2.

그런데 이런 점은 부모님을 닮게 되는 자연적, 유전적 인과관계를 넘어서서,
사회적 인과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http://news.nate.com/view/20120126n02877?mid=e0104


페북에 후배가 이 인터뷰를 걸어놓고,
자신이 증오하는 것을 닮아감에 대해 감상을 써 놓았다. (위에 쓴 내 예에 비하면 너무 과한 표현인 것 같은데 난 결코 부모님을 증오하지는 않는다 -_-)

나 역시 방금 전까지 지인과
이 집단에 들어온 후 나를 진저리치게 만들던 의미없는 경쟁, 비인간성, 무관심, 모멸적 언행들을 어느새 내가 체득해버린 건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싫어하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어느새 닮아가고 있다."
정말 무서운 진실이다.


#3.

최근 마음을 새롭게 다지며 문학 작품들도 오랜만에 읽기 시작했고, 다른 공부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사람들이 내 성품 중 장점이라고 해줬던 부분들과 지금 달라진 부분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실 어떤 목적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진 그냥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하지만 후배의 페북 글을 보고 나니 확실히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4.

싫어하는 것을 닮지 않기 위해... 그냥 해서는 안 된다.
윤종빈 감독의 말처럼, 발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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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Random Thoughts | 2012/01/16 01:32 | 얌전한 칸쵸
#1.

지난 번에 써 놓은 글은 사실 변명이다.
마음을 먹으면 왜 못 하겠는가? 하루 중 내가 쓸데 없는 짓을 하는 시간이 11시간 38분 쯤 되는 것 같은데, 그 시간의 삼 분의 일만 활용해도 저런 소리는 못 한다.
오늘 미사 중에 서울주보에 실린 최인호 님의 "벼랑 끝으로 오라"란 글을 읽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2.

그래서 오래 전에 사놓고는 아직까지 책장 장식용으로만 활용되던 김훈 님의 <흑산>을 집어들었다. 때마침 위에서 이야기한 서울주보에 소개글도 실려 있었다. 몇 장 밖에 못 읽었지만 두근두근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내가 요근래 삽질을 지속해 온 것도, 내가 살던 방식대로 살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이다. 성인은 이미 자신이 정립한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다. 내 방식은 그 동안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멍청하게 남들보다 더 잘 살아보겠다고 무모하게 남들 따라하려다가 오히려 망한 것이 아닐까? 뭐.. 이건 자기합리화의 냄새가 짙지만, 그래도 내 방식대로 하다가 망하는게 미련이라도 남지 않겠지. 그러니까 일단은 소설을 조금씩 읽기도 할 것이다.


#3.

김훈 님의 책은 참 오래간만인데 몇 장 읽지 않았지만, 예전에 그렇게나 멋있어보이던 그 문체가 지금은 약간 유치하게 느껴진다. 오만방자하기 그지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처음 몇 장 읽으면서 최초로 느낀 감각은 그것이다. 물론 읽어나가면서 점점 난 숙연해지고 또 다시 질시의 눈빛을 보내다가 결국엔 공경의 단계에 이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는 맹목적인 경향이 있는 내가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 자체가 아주 생경하다. 요 몇 년간 난 나이도 더 먹었고, 더욱 교만해졌으며, 더 시니컬해진 것이다. 나락에만 빠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정신은 이 모양인 것이냐.


#4.

그래도 책이 양장이 아니라는 점과, 책 겉 띠지의 작가 소개가 심플하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든다.
난 전에도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책을 읽을 때 작가 소개를 꼼꼼히 보는 편이다. 하지만 그 소개는 사진, 나이, 학력, 직업 정도만 나타내는게 좋지, 자질구레한 레토릭을 나열한 소개 아닌 소개는 싫어한다. 이러면 학벌주의나 직업에 따른 선입견을 이야기 할 수 있겠으나, 그 작가의 글을 읽는데 그런 선입견 좀 가지면 어떠한가? 어차피 글 내용에 따라서 그 따위 선입견은 싹 바뀌게 되어 있다. 게다가 경험상, 정보는 없이 허세와 겉 멋만 든 자화자찬식 소개는 작가 그 자신의 열등감 혹은 책 내용의 허술함에 기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쓸 데 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나름의 결심을 하고 집어 든 책, <흑산>은 적당한 사이즈의 책 크기, 양장본이 아니라는 점, 심플한 책표지와 작가 소개 등 외관상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5.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가 이런 걸 여기 왜 쓰고 있지?
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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