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32 - 옛 노트에서

Random Thoughts | 2007/08/19 17:12 | 얌전한 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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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트에서

                                 - 장석남 -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 내 품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문득 옛 생각이 난다.

정체되어 있는 내 삶은
시간을 충분히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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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p.s :: 앵두는 겨울에 익는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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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남 2007/12/06 22:02

    좋아하던 여자친구에게 차여 꿀꿀함이 극을 달리고 공대생 학교 생활은 숙제와 실험이라는 굴레에 얽혀 반복과 타성만이 전부였던 그 시절에도 틈은 있었더랬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틈을 장석남 시인의 시들로 채워댔고. 영롱한 언어와 정갈한 문장들로 삭막한 미분 적분 기호가 난무하던 대학노트 한켠을 메워나갈 무렵엔 그 문자 하나 하나에서 위안을 찾았더랬다. 어찌보면 졸라 엿같은 말이지만. --+ 노트에 쌓여가는 알흠다운 시어와 함께 쌓여가던 성적표의 C와 D들..

    예전에 내가 생일 선물로 준 시집 아닌가? 항상 지인들에게 뿌리고 다니는 꿀꿀한 시집.

    • 새벽바람 2007/12/09 15:41

      형님께서 주신 시집 맞아요.
      형님, ㅠ.ㅠ 3월달 되면 바로 뵈러 내려갈게요.

  2. 미남 2007/12/11 01:31

    젠장 모든게 다 후회다.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매일 매일 밀려오는구나.
    초창기에 썼던 글을 다짐을 연애의 끝자락이 아닌 중반에만 봤더라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나의 모지람으로 인한듯 하여 매일 매일 자괴감이 드는구나. 젠장!
    너는 이러지 말도록.

    • 새벽바람 2007/12/15 21:17

      오늘 후배가 보여준 시인데요,
      제가 주제 넘는 것 같지만 형님, 이 시 보시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기억은 잊고 추억만 남겨야죠.ㅠㅠ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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