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 1
- 황동규 -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碇泊)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
전에 어느 글에선가 쓴 적이 있지만, 난 고등학교 때 황동규 님의 시집을 몇 권 읽고 나서 비로소 시인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이렇게 가슴 꽉차게 노래한 시가 있었던가.
"Random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눈을 보다 (댓글 1개 / 트랙백 0개) 2010/12/11
- 원쓰리 10승 달성! & 삼성 라이온즈 등번호 정리 (댓글 1개 / 트랙백 0개) 2010/08/09
- 남자들의 이야기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10/10/30
- 트위터 (댓글 1개 / 트랙백 0개) 2010/10/17
- 시46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댓글 4개 / 트랙백 0개) 2008/08/29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