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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Random Thoughts | 2012/01/16 01:32 | 얌전한 칸쵸
#1.

지난 번에 써 놓은 글은 사실 변명이다.
마음을 먹으면 왜 못 하겠는가? 하루 중 내가 쓸데 없는 짓을 하는 시간이 11시간 38분 쯤 되는 것 같은데, 그 시간의 삼 분의 일만 활용해도 저런 소리는 못 한다.
오늘 미사 중에 서울주보에 실린 최인호 님의 "벼랑 끝으로 오라"란 글을 읽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2.

그래서 오래 전에 사놓고는 아직까지 책장 장식용으로만 활용되던 김훈 님의 <흑산>을 집어들었다. 때마침 위에서 이야기한 서울주보에 소개글도 실려 있었다. 몇 장 밖에 못 읽었지만 두근두근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내가 요근래 삽질을 지속해 온 것도, 내가 살던 방식대로 살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이다. 성인은 이미 자신이 정립한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다. 내 방식은 그 동안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멍청하게 남들보다 더 잘 살아보겠다고 무모하게 남들 따라하려다가 오히려 망한 것이 아닐까? 뭐.. 이건 자기합리화의 냄새가 짙지만, 그래도 내 방식대로 하다가 망하는게 미련이라도 남지 않겠지. 그러니까 일단은 소설을 조금씩 읽기도 할 것이다.


#3.

김훈 님의 책은 참 오래간만인데 몇 장 읽지 않았지만, 예전에 그렇게나 멋있어보이던 그 문체가 지금은 약간 유치하게 느껴진다. 오만방자하기 그지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처음 몇 장 읽으면서 최초로 느낀 감각은 그것이다. 물론 읽어나가면서 점점 난 숙연해지고 또 다시 질시의 눈빛을 보내다가 결국엔 공경의 단계에 이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는 맹목적인 경향이 있는 내가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 자체가 아주 생경하다. 요 몇 년간 난 나이도 더 먹었고, 더욱 교만해졌으며, 더 시니컬해진 것이다. 나락에만 빠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정신은 이 모양인 것이냐.


#4.

그래도 책이 양장이 아니라는 점과, 책 겉 띠지의 작가 소개가 심플하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든다.
난 전에도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책을 읽을 때 작가 소개를 꼼꼼히 보는 편이다. 하지만 그 소개는 사진, 나이, 학력, 직업 정도만 나타내는게 좋지, 자질구레한 레토릭을 나열한 소개 아닌 소개는 싫어한다. 이러면 학벌주의나 직업에 따른 선입견을 이야기 할 수 있겠으나, 그 작가의 글을 읽는데 그런 선입견 좀 가지면 어떠한가? 어차피 글 내용에 따라서 그 따위 선입견은 싹 바뀌게 되어 있다. 게다가 경험상, 정보는 없이 허세와 겉 멋만 든 자화자찬식 소개는 작가 그 자신의 열등감 혹은 책 내용의 허술함에 기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쓸 데 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나름의 결심을 하고 집어 든 책, <흑산>은 적당한 사이즈의 책 크기, 양장본이 아니라는 점, 심플한 책표지와 작가 소개 등 외관상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5.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가 이런 걸 여기 왜 쓰고 있지?
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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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omptus | 2006/09/17 17:00 | 얌전한 칸쵸
Link to Aladdin : ISBN 8971844361김훈은 좋아하는 작가이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그의 글에서는 절차탁마의 향기가 감도는데.. 난 또 이 '절차탁마'란 말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글은 좋아할 수 밖에 없으며 나의 이 시각은 어떤 의미로는 존경을 가득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절차탁마란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면.. 난 예전부터 그냥 이 말을 좋아했는데,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생각을 해보니 두가지 정도가 떠올랐다.
하나는 그 말을 생각할 때의 말의 울림이 참 좋다는 것이다. 발음할 때가 아니라 생각할 때이다. (직접 발음을 해보니 그렇게 울림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이라서 더 이상은 설명이 곤란하다. 아무튼 머릿 속으로 그려지는 그 말의 울림이 참 좋다. 가슴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다.
또 한가지는 그 말이 오기로 똘똘 뭉쳐있는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난 스스로도 오기를 잘 부리는 편인데다가 -_- 이상하게 남들의 오기를 발견할 때도 그걸 상당히 좋게 본다. (이건 좀 싸이코틱하네ㆀ) 이 절차탁마란 말도 그 말 자체가 오기를 가득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에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느낌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절차탁마란 말은 본래 오기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김훈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김훈에 처음 주목한 것은 그가 '칼의 노래'란 작품으로 소위 뜨기 전, 학교 도서관 개가실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이책저책 집어보다가 우연히 그의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이라는 작품을 집어들면서부터였다.
그의 문체란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읽지만, 그 때는 정말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멋졌지.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레토릭이 과한 느낌인데 전혀 가벼운 감은 없고 뜯어보면 사실 레토릭이라 할 만한 것도 별로 없고.. 묘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왜 하나도 유명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문학상을 휩쓸면서 대작가가 되더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선견지명이나 대안목이 있다느니 하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그저 우연이었을 뿐.)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김훈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별로였다. 처음 몇 페이지만 읽고서도 이건 좀 막 쓴 것 같구나 싶었는데, 끝까지 읽어도 그 생각이 변치 않았다.
원래 그의 글에서 감도는 '탁마'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
(약간 부연하면 '절차탁마'에서 '절차'는 학문의 자세를 '탁마'는 수양의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약간 망설여지는 부연인데, 작년에 폴 오스터의 '동행'(원제는 팀벅투Timbuktu)이란 책을 읽었었다. 소설 '개'와 마찬가지로 개가 주인공이며 개의 시각에서 서술한 책이다.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동행'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서사에서도 그렇고, 가지고 있는 메세지에서도 그렇다. 폴 오스터를 원래 상당히 평가절하했던 나인데 이 소설 때문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을 정도였으니.. 이 작품에 비하면 김훈의 '개'는 어린이 동화책 수준밖에는 안된다.
오히려 책에 삽입된 그림 몇 개가 어마어마한 감동을 주었다. (물론 글과 관련해서 그림이 빛을 발한 것이니, 김훈의 글이 그렇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작들에 비해 훨씬 못하다는 이야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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