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불어 약간 쌀쌀함을 느끼며 장시간 앉아있었다.
귀엔 이어폰을 꽂고 썬글라스의 렌즈 너머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마치 먼 이국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된 기분.
아련한 향수와 함께 약간의 위화감도 함께 느끼게 하는 아주 독특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명동성당으로.
난 명동성당 예수님입상 앞쪽에 파라솔 테이블을 늘어놓은 그 자리를 참 좋아하는데...
그 날따라 마침 그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행사를 하고 있어서
내 자리를 뺏겨버렸다.
그리고 시청 앞으로.
물론 촛불시위에 참가했다.
사람들은 모두 소풍 나온 듯 했고
나 개인적으론 월드컵 거리응원 때보다, 그리고 노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 때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내가 돌아 온 후 새벽에 많은 안 좋은 일들이 생기긴 했지만..
그리고 니가 지금 우월감이나 계몽의식에 젖어 무슨 역사의 한 장면에 서 있는 양 꼴깝 떨지 말라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걸 다 떠나서
독재시대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모여서, 마음껏 의견을 표출하고
그것이 또 다른 이들에게 (인터넷 등을 통해) 가감없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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