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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25 - 기도

Random Thoughts | 2006/12/17 22:59 | 얌전한 칸쵸
기도

                                                                         - 황동규 -

1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 인적이 드문, 모든 것이 서로 소리
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처럼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강변을 보여주며는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2

내 꿈결처럼 사랑하던 꽃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막막함 그 해방감을 나의 것으로 받으소서.
나에게는 지금 엎어진 컵
빈 물주전자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닫혀진 창
며칠내 끊임없이 흐린 날씨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곤 세 명의 친구가 있어
하나는 엎어진 컵을 들고
하나는 빈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는 흐린 창 밖에 서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소서
이들에게서 잠깐잠깐의 내 이야기를 들으소서.
이들에게서 막막함이 무엇인가는 묻지 마소서.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기소서.

3

한 기억 안의 방황
그 사방이 막힌 죽음
눈에 남는 소금기


================================================================

아래 단상을 쓰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도서관에서 책만 본게 아니라 시집도 몇 권 갖다놓고 몇 편 보았다.
그러다 새삼스레 본 이 시.

그 날 나는 눈이 오길 상당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비.
어제는 눈.
뭔가 잘 안 맞는 타이밍.

아, 이제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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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15

Random Thoughts | 2006/01/29 04:59 | 얌전한 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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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 1
                                                    - 황동규 -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碇泊)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

전에 어느 글에선가 쓴 적이 있지만, 난 고등학교 때 황동규 님의 시집을 몇 권 읽고 나서 비로소 시인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이렇게 가슴 꽉차게 노래한 시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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